슬레븐(조쉬 하트넷)의 인생은 단단히 꼬이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실직한 그 날, 그의 아파트는 폐기 처분되고 여자친구가 바람피는 장면까지 목격하게 된 슬레븐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LA에서 친구인 닉 피셔가 있는 뉴욕으로 온다. 하지만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만난 강도에게 지갑을 털리고 코까지 부러지고 만다. 겨우 친구의 아파트에 도착한 슬레븐, 그러나 자신을 친구로 오인하는 두 마피아 조직 사이에 끼게 된 그는 지갑을 털리면서 자신을 증명할 신분증조차 없다.
닉의 아파트에 머무르던 슬레븐에게 설탕을 빌리러 온 앞집에 사는 린지(루시 리우). 그녀의 엉뚱함과 유머 감각은 슬레븐을 설레게하고 급속히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뉴욕에서 일어난 네 번의 살인사건에 연루된 시체를 검사하는 활발한 성격을 가진 미모의 검시관 린지와 어리숙한 슬레븐, 그들은 통한다는 걸 느끼면서 순식간에 친해지고 순수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도둑 맞은 신분증과 때마침 사라진 친구 때문에 자신의 신분을 확인시켜줄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지금, 자신을 위로하고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은 린지뿐이다. 슬레븐과 함께 닉의 행방을 끈질기게 쫓기 시작한다.
어느날, 슬레븐은 닉의 집으로 들이닥친 두 남자에 의해 막무가내로 뉴욕의 양대 마피아 조직의 하나인 보스(모건 프리먼) 앞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를 닉 피셔로 착각하는 보스는 도박 빚 탕감을 조건으로 그의 적인 랍비(벤 킹슬리)의 아들 이삭의 암살을 제안한다. 한편, 랍비에게도 빚을 졌던 닉으로 오인받은 슬레븐은 보스를 살인하라는 청부를 맡게 된다. 냉혈형사 브리코우스키와 악명높은 암살자 굿캣(브루스 윌리스)이 자신에게 감시의 눈을 떼지 않는 가운데, 슬레븐은 살아남기 위해서 살인을 해야함을 깨닫는데....
★스포일러 있음★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습니다. 대학 생활을 위해 서울에 올라온 이후 한동안은 정말 바빴어요. 수강신청이니 뭐니 하는 것도 생소했고 낯선 서울에 아는 친구 하나 없이 새내기 생활을 시작하려니 매우 바쁘더군요. 그러는 동안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마저도 볼 수가 없게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모든 것이 자리가 잡힌 것 같아서 전 무엇보다 먼저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선택한 영화가 바로 '럭키 넘버 슬레븐'입니다.
'럭키 넘버 슬레븐'은 오프라인에 있는 저의 고향 친구들이 강추 강추 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간 꼭 한번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던 영화입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는 반전 영화였고, 제가 영화를 선택하는 첫번째 기준인 출연진도 화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꽤 괜찮았습니다. 시간 때우는 킬링 타임용 영화로는 제격이었죠.
하지만 이 영화는 킬링타임용 이상의 영화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 회사에서 짤리고, 여친이 바람 피우는 걸 목격하고, 심지어 친구를 찾아 뉴욕에 도착한 순간 공항에서 지갑 뺏기고 코까지 부러진..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습니다.) 게다가 겨우 도착한 친구 집에 친구는 없고 갑자기 찾아온 마피아들에 의해 뉴욕의 양대 마피아와 강제로 만나 살인 청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주인공 슬레븐(조쉬 하트넷)을 본 순간부터 어렴풋이 반전을 눈치챘었습니다. 그리고 반전은 예상대로였죠. 모든 것이 처음부터 슬레븐과 미스터 굿캣(브루스 윌리스)이 계획했던 것이었던 것 말입니다.
반전의 충격을 크게 하기 위해 영화는 이야기 속의 반전이 아닌 반전을 위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초반부터 주인공 슬레븐의 지독히도 재수없는 이야기와 캔자스시티 셔플이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주고, 이런 식으로 혼란을 주다가 마지막에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전형적인 반전영화의 구조이죠. 그리고 이 영화도 역시 그 구조를 따르고 있죠.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이야기의 흡입력이 조금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물론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제 나름대로 이 영화를 평가하자면 정말 말 그대로 딱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결코 아닌 시간 죽이는 영화죠. 영화가 그다지 지루한 것도 아니며 나름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멜로, 스릴러, 추리, 액션 등이 고루고루 섞여있으며 이것 역시 나름대로 재미를 선사하죠. 하지만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반전을 위한 이야기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문제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뭐 그다지 깎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조쉬 하트넷이나 루시 루 같은 젊은 배우들도 결코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고, 브루스 윌리스나 모간 프리먼, 벤 킹슬리 같은 사람들은 어떤 배역을 해도 제 몫을 하는 사람들이니 말입니다.(브루스 윌리스는 쫌 예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 생각에 그는 형사나 킬러 역할 말고 다른 역할은 거의 생각이 안나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초호화 캐스팅을 이야기가 뒷받침해주지 못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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