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만땅입니다. 프라이멀 피어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고려해주세요(찡긋)

 

 

01.

 

전에,

친구가 아직 프라이멀 피어를 안 봤다길래

그 아이랑 비디오방으로 가서 같이 보는데

 

한참 보다보니

요런 대사가 나온다

 

 
자, 언더라인
: 청순한
 
청순한!!!!!!!!!!!!!!!!!!!!!!!!!!!!!!!!!!!!!!!
 
 
그때야 배잡고 웃고
저 센스있는 번역가는 누구냐며 갖고 있던 디카로 사진도 찍고; 했으나
생각해보니 웃을 일이 아니다
 
 
조금만 보면 알 것이다
노튼의 변호사인 리처드 기어가 얼마나 취약한 논리로 변호를 하고 있는지
검사인 로라 리니는 얼마나 맞는 말만 하는지
 
모든 증거와 정황이 노튼을 범인으로 몰고 있고
심지어 나중엔 동기까지 밝혀지며
노튼이 주구장창 내세웠던 제 3자에 대한 얘기는 정신질환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
 
 
리처드 기어가 주목하는 주교 주변의 인물 관계는 사실
사건과 동떨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거가 너무 확연한 상태니, 그저 시간끌기 위한 헛발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거물급 변호사라는 리처드 기어가 이런 승률 0 퍼센트의 사건을 맡으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 그만한 이유
- 노튼한테 홀린게지. 뻔하잖아
 
 
영화 속에서 리처드 기어는 거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보인다
 
 
말도 안 되는 노튼의 진술에
상대편 검사는 물론이요 자기편인 동료와 정신의학자까지
그런 엉터리같은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하는 판국이다
 
그런데 리처드 기어는 그때마다 정색을 하며 그 아이가 말하는 게 진실이랜다
주교를 백 군데도 넘게 찌르고 도망간 혐의를 받는 백정소년의 첫인상이
'보이스카웃' 같았댄다
 
 
그 순진한 보이스카웃의 얼굴에 그는 올인한 것이다
청순한 첫인상은 곧 흔들림없는 믿음이 되었고
결국 그 믿음이 파국을 불렀다

 


02.

 

리처드 기어는 내가 싫어하는 배우에 들어간다

 

이 남자는 표정이 없다

분명히 화가 났는데도 웃고 있다

기본적으로 얼굴 바탕에 웃는 가면을 덧대고있는 사람이다

(같은 맥락에서 스티븐 시걸도 싫어한다. 오 šx!!!!)

 

 

그런데 이 영화에서 리처드,

많이 무너진다

 
 
 
특히 저,저,저
주교가 성행위를 강요했던 그 장면이 들어있는 테이프를 봤다고 소리치는 부분
표정이 완전히 풀어지면서 정말 성을 낸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믿었으니까
 
증거를 안 보려고 했던 게 아니라 결백하다고 믿었으니까
믿었으니, 증거는 볼 필요도 없었단 말이다
 
 
03.
 
별점제를 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영화싸이트들을 찾아가보면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력엔 한 목소리로 원더풀을 외치지만
결말이 너무 뻔하다는 점 때문에 이 영화에 터무니없는 별점을 준 네티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설마.

 
 
한 달만 있으면
프라이멀 피어가 국내에 개봉한 지 딱 10년이 된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식스센스가 만들어졌다
 
이후, 반전 강박관념을 가진 수많은 스릴러들이 개봉했고, 이제 물릴 때가 됐다
반전이 싱겁다는 평이 96년에 쓰여진 거라면 이해하겠다
 
 
아마 그 당시의 관객들은
뽀오얀 열 아홉살 소년 복사가 주장하는 제 3자의 존재를 굳게 믿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충분히 가능한 구성이다
너무 확실한 증거에 얽혀있는 순진한 소년과 속물 변호사가 만나 진짜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
말이 안될 게 뭐냐고
 
거기다가 중반부 쯤, 범인이 다름아닌 그 소년이었다고 터트려주니
얘기는 거의 결말을 짓는다
이제 꼼짝없이 전기의자에 앉게 생긴 이 아이를 어떻게 구해내느냐 - 더 긴박해진다
그럼 영웅 변호사는 재판에서 이기면 되고, 영화는 끝나면 된다
이쯤되도 충분히 훌륭하다
 
 
곰곰히 생각해보시라니까.
조직적인 구성과, 믿지 않을 수 없는 주인공을 깊이 신뢰한 관객들에게
이 결말이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를
 
 
04.
 
사실 주인공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를 그저 미친놈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 그에게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다는.
(그것도 신의 대리인이라는 사제에게, 그 사제들의 수장이라는 주교에게)
검사인 로라 리니도 법정에서 말하지 않는가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 놈의 목을 그어버렸을꺼라고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었는데
로이와 애런을 운운하면서 리처드 기어를 갖고 놀 때만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노튼이 이 말을 하면서 얘기가 달라져버렸다
 
 
자막을 가리고 보시라
도대체 저런 대사를 칠 표정이냐?
 
 
이전의 생각은 다 없던 것으로 한다. 넌 그냥 미친놈이었어
 
 
05.
 
처음부터 끝까지 딱 네 번을 봤는데
 
처음에는 결말에 놀라고
두 번째엔 노튼의 연기력에 놀라고
세 번째엔 난데없이 공포가 밀려오고
네 번째엔 노튼을 죽여버리고 싶다

나는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네버엔딩스토리 내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굿타임 내 멋대로 살지만.. 자유로우니깐♡ 나이키 스타 나무 그늘 아래 차칸소 ♡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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